갑상선암은 겉보기엔 같아도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역형성암 등 종류가 다양하다. 흔히 '착한 암'으로 불리지만, 일부는 매우 공격적이다. 암의 진짜 얼굴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진단으로 나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고, 갑상선암을 제대로 이해해야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들어가며: 갑상선암, '착한 암'이라는 오해와 진실
'갑상선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이 흔히 '착한 암'이라고 생각한다. 비교적 예후가 좋고 치료 성공률이 높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 결과가 좋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단일한 질병이 아니다. 여러 종류가 있고, 각각의 특징과 진행 양상이 매우 다르다. 어떤 종류의 갑상선암은 '착하다'는 표현과 거리가 멀 만큼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갑상선은 목 앞쪽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작은 기관이다.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이 중요한 기관에 암이 생겼을 때, 어떤 종류의 암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암의 종류에 따라 치료 방법도, 그리고 치료 후의 삶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갑상선암의 다양한 종류를 자세히 살펴보고, 각 종류별 특징과 치료법, 그리고 알아두어야 할 점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한다.
목차
- 갑상선암, 왜 생길까?
- 갑상선암의 다양한 얼굴: 종류별 특징
- 흔하고 예후 좋은 갑상선암 (분화암)
- 드물지만 주의할 갑상선암 (기타암)
- 갑상선암,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까?
- 갑상선암 치료 후의 삶: 관리와 희망
1. 갑상선암, 왜 생길까?
갑상선은 목의 앞쪽, 후두 바로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나비처럼 생긴 모양을 가졌다. 이곳은 우리 몸의 '내분비선' 중 하나다. 갑상선에서 분비하는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율을 조절한다. 즉, 체온 유지, 에너지 생산, 심장 박동, 소화 기능, 뇌 발달 등 신체 거의 모든 기능에 관여한다. 이 호르몬이 너무 많이 나오면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너무 적게 나오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발생한다. 이처럼 갑상선은 우리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암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가지 주요 위험 인자가 알려져 있다.
- 방사선 노출: 가장 확실한 위험 인자이다. 특히 어린 시절 목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 갑상선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에서 갑상선암 발생률이 증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 유전적 요인: 일부 갑상선암, 특히 갑상선 수질암은 유전적인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 가족 중에 갑상선암 환자가 있거나 특정 유전자 변이(예: RET 유전자)를 가진 경우 위험이 높아진다.
- 요오드 섭취: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 필수적인 미량 원소이다. 요오드 섭취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어도 갑상선 질환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은 해조류 섭취가 많아 요오드 섭취량이 높은 편이지만, 이것이 직접적인 갑상선암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 성별과 연령: 갑상선암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3~5배 더 흔하게 발생한다. 특히 30대에서 50대 여성에게서 많이 진단된다.
- 기타 질환: 하시모토 갑상선염과 같은 특정 갑상선 질환을 가진 경우에도 갑상선 림프종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 인자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갑상선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갑상선암 환자는 특별한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2. 갑상선암의 다양한 얼굴: 종류별 특징
갑상선암은 암세포의 기원과 분화 정도에 따라 크게 몇 가지 종류로 나뉜다. 각각의 종류는 성장 속도, 전이 양상, 치료 반응, 예후 등이 매우 다르다.
흔하고 예후 좋은 갑상선암 (분화암)
갑상선암 중 가장 흔한 형태다. 암세포가 정상 갑상선 세포와 유사한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오드를 흡수하는 능력이 있어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잘 반응한다.
- 갑상선 유두암 (Papillary Thyroid Cancer):
- 특징: 전체 갑상선암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는 압도적으로 가장 흔한 종류다. 보통 성장이 매우 느리다. 그래서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거나, 발견되더라도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암세포의 모양이 유두(젖꼭지 모양의 돌기)와 비슷해서 유두암이라 부른다.
- 전이: 주로 갑상선 주변의 림프절로 전이를 잘 일으킨다. 하지만 림프절 전이가 있더라도 적절한 수술과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드물게 폐나 뼈 등으로 원격 전이되는 경우도 있다.
- 예후: 예후가 매우 좋다. 10년 생존율이 95%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착한 암'이라는 별명이 붙는다.
- 치료 반응: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잘 반응한다.
- 갑상선 여포암 (Follicular Thyroid Cancer):
- 특징: 갑상선암의 **약 5~10%**를 차지한다. 유두암 다음으로 흔한 종류다. 세포 모양이 여포(둥근 주머니 모양)와 비슷해서 여포암이라 부른다.
- 전이: 유두암과 달리 혈관을 통해 폐, 뼈, 뇌 등 먼 장기로 전이되는 경향이 더 크다. 림프절 전이는 유두암보다 드물다.
- 예후: 유두암보다는 약간 예후가 안 좋지만, 여전히 비교적 좋은 편에 속한다.
- 진단: 여포암은 조직 검사만으로는 양성 종양인 여포성 종양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암세포가 혈관이나 갑상선 피막을 침범했는지 확인해야만 확진할 수 있으므로, 수술 후 최종 조직 검사 결과가 중요한다.
- 치료 반응: 유두암과 마찬가지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잘 반응한다.
- 저분화암 (Poorly Differentiated Thyroid Cancer):
- 특징: 분화 갑상선암과 역형성암의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 암세포가 정상 갑상선 세포와 완전히 비슷하지도 않고, 완전히 다르지도 않은 형태를 가진다.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 예후: 분화 갑상선암보다는 예후가 좋지 않다.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
- 치료: 수술과 방사선 요오드 치료에 대한 반응이 분화암보다는 떨어진다. 경우에 따라 표적항암제나 항암화학요법 등을 고려하기도 한다.
드물지만 주의할 갑상선암 (기타암)
분화 갑상선암에 비해 훨씬 드물게 발생한다. 하지만 이들은 훨씬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므로 각별한 주의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 갑상선 수질암 (Medullary Thyroid Cancer):
- 특징: 전체 갑상선암의 **약 1~2%**를 차지하는 드문 암이다.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여포세포가 아닌, 칼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C세포에서 기원한다. 이 때문에 혈액 검사에서 칼시토닌 수치를 통해 진단 및 추적 관찰을 한다.
- 유전적 요인: 약 20~25%는 **유전적 요인(RET 유전자 돌연변이)**과 관련이 있다. 가족 중 수질암 환자가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리 위험도를 평가하기도 한다.
- 전이: 림프절 전이가 흔하고, 간, 폐, 뼈 등으로 원격 전이도 가능하다.
- 치료 반응: 분화암과 달리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주된 치료는 수술이며, 전이성 암에는 표적항암제(예: 카보잔티닙, 반데타닙 등)나 항암화학요법을 고려한다.
- 갑상선 역형성암 (Anaplastic Thyroid Cancer):
- 특징: 모든 암 중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예후가 나쁜 암 중 하나다. 매우 드물게 발생하며, 주로 고령의 환자(70대 이상)에게 발생한다. 암세포의 분화도가 매우 낮아 정상 갑상선 세포의 형태를 전혀 닮지 않았다.
- 진행: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다. 진단 시 이미 목 주변 조직(기도, 식도, 신경 등)을 침범했거나 폐 등으로 광범위하게 전이된 경우가 많다.
- 예후: 치료가 매우 어렵고, 생존 기간이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 치료: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표적항암제(예: BRAF 변이가 있는 경우) 등을 복합적으로 시도한다.
- 갑상선 림프종 (Thyroid Lymphoma):
- 특징: 갑상선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림프종으로, 갑상선암 전체에서 매우 드문 편이다. 갑상선에 만성 염증이 있는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에게서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 진행: 갑상선이 갑자기 커지거나 목소리가 쉬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 치료: 수술보다는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에 잘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예후는 림프종의 종류와 병기에 따라 다르다.
3. 갑상선암,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까?
갑상선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목에 혹(결절)이 만져지거나, 목소리 변화, 삼킴 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따라서 건강 검진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진단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촉진: 의사가 목을 만져 갑상선 결절의 유무를 확인한다.
- 갑상선 초음파 검사: 갑상선 결절의 크기, 모양, 내부 구조 등을 자세히 평가하여 악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검사이다.
- 미세침 흡인 세포 검사 (FNA): 초음파 유도하에 가는 바늘로 갑상선 결절에서 세포를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검사이다. 갑상선암을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 조직 검사: FNA로 진단이 불확실하거나 다른 암종이 의심될 때, 수술적으로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정밀 검사를 시행한다.
- 혈액 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TSH, 갑상선 호르몬 수치)나 암 관련 표지자(칼시토닌, CEA 등)를 확인하기도 한다. 특히 수질암 진단에는 칼시토닌 검사가 필수적이다.
- CT, MRI, PET-CT: 암의 침범 범위나 림프절 전이, 원격 전이 여부를 평가하는 데 사용한다.
갑상선암의 치료는 암의 종류, 크기,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다.
- 수술: 대부분의 갑상선암 치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이다. 암이 있는 갑상선의 일부 또는 전체를 절제한다. 주변 림프절 전이가 있다면 함께 절제하기도 한다. 수술 후에는 갑상선 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 방사성 요오드 치료 (Radioactive Iodine Therapy, RAI): 갑상선암 세포와 정상 갑상선 세포가 요오드를 흡수하는 특징을 이용한 치료법이다. 수술 후 남아있을 수 있는 미세한 암세포나 전이된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사용한다. 주로 분화 갑상선암(유두암, 여포암)에 효과적이다. 방사성 요오드를 복용하면 요오드가 암세포에 흡수되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한다.
- 외부 방사선 치료: 수술이 어렵거나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또는 통증 완화 등을 위해 사용한다. 역형성암과 같은 공격적인 암종에서 보조 치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 표적항암제: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여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진행된 분화 갑상선암이나 수질암 등에서 방사성 요오드 치료나 기존 항암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때 고려한다. 암의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적합한 표적항암제를 선택한다.
- 항암화학요법: 다른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매우 공격적인 암종(예: 역형성암)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일반적인 항암제와 같이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를 공격하므로 부작용이 크다.
- 면역항암제: 최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분야이다. 일부 진행된 갑상선암에서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아직 표준 치료법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않는다.
4. 갑상선암 치료 후의 삶: 관리와 희망
갑상선암은 치료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갑상선 전체를 절제했다면, 갑상선 호르몬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 이는 신체 대사 기능을 정상으로 유지하고, 동시에 갑상선암의 재발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료 후에는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다. 혈액 검사(갑상선 호르몬 수치, 티로글로불린, 칼시토닌 등), 초음파 검사, 필요 시 CT나 PET-CT 등을 통해 재발 여부를 면밀히 관찰한다. 재발하더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다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갑상선암은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유두암이나 여포암의 경우, 적절한 치료와 꾸준한 관리만 있다면 대부분 완치에 가깝게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드물게 발생하는 수질암이나 역형성암과 같은 경우, 더 적극적인 치료와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갑상선암 진단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갑상선암은 더 이상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암의 종류를 정확히 알고,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를 받고, 꾸준히 관리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이다. 중요한 것은 좌절하지 않고, 의료진과 함께 가장 나은 길을 찾아 나서는 용기와 의지이다.
갑상선암, 제대로 알면 두렵지 않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는 단편적인 인식보다 훨씬 더 다양한 얼굴을 가진다. 이 글을 통해 갑상선암의 종류별 특징과 그에 따른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했기를 바란다.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 역시 갑상선암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정보는 불필요한 불안감을 줄이고, 치료 과정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의학의 발전은 계속된다. 갑상선암 또한 새로운 치료법들이 계속 연구되고 개발되고 있다. 희망을 잃지 말고, 의료진과 함께 최선을 다한다면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다.
출처:
- 국립암센터 (National Cancer Center Korea)
- 대한갑상선학회 (Korean Thyroid Association)
- 미국 갑상선학회 (American Thyroid Association, ATA)
- 주요 의학 저널 및 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The Lancet Oncology,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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